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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김철중 기자의 이런 증상 고발합니다] '강직한 척추' 때문에… 그 분 인생은 휘청거린다

by Construe 2010. 7. 9.

25살 복학생 강모군은 취업 준비에 바쁘다. 온종일 토플 공부하느라 책상에 앉아 있다. 낮에 영어 공부하면 미국과의 시차(時差) 때문인지 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씨는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프다.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나와도 허리가 뻣뻣하고 쑤셔 왔다. 되레 도서관 가려고 움직이면 아픔은 다소 줄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다. 새벽 기상 때 허리가 굳어져 일어나지 못하다가도 오전에 활동하면 좋아졌다. 이 때문에 꾀병 부린다고 기합도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진짜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팠다. 처음에는 '디스크'인가 해서 MRI를 찍으나, 그 흔한 '디스크'는 멀쩡했다. 아무런 진단이라도 나오면 덜 억울하겠건만, 쉬면 허리가 더 아픈 이상한 환자 취급을 받아왔다. 증상의 위치, 품성, 발생 연도 등으로 질병을 감별하는 '소믈리에' 과정이 있다면, 당장 이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중에는 등과 목의 움직임도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요통의 범인은 대학병원에서 피검사도 하고, 정밀 척추 검사도 하면서 잡혔다. 강직성 척추염이다. 이름도 참 뻣뻣하다. 이 척추염은 자기 면역세포가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성 질환이다. 주로 척추 뼈의 인대 사이에 염증이 생기면서 유연성이 사라지고 결국엔 뼈 마디가 딱딱하게 굳어진다. 강직성이라는 이름은 그래서 붙었다. 자는 사이 염증이 심해져 아침에 통증이 더 심하다. 염증이 골반부터 시작해 척추를 따라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초기에 척추 검사를 해도 진단이 잘 안 된다. 1000명당 1~2명 정도 생긴다. 남성이 여성보다 4배 잘 생기고, 20~40대가 많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연약한 여성의 자가면역질환이라면, '강직성'은 아무래도 남성의 것이다.

이들의 삶은 고달프다. 한양대학병원 류머티스 내과가 환자 216명을 대상으로 사회생활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직장 생활에 불이익을 받거나 고용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했다. 한창 일할 나이에 만성적으로 통증에 시달리고 몸의 활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주로 한 달에 100만원 정도 하는 고가의 주사제가 쓰인다. 10년 이상 치료받아야 하지만 건강보험 혜택 기간이 충분치 않아 경제적으로도 어렵다. 이래저래 '선비'처럼 살기 어렵게 하는 병이다.

이 병은 척추 마디마디가 서로 굳어 통 자로 붙어버린다고 해서 일명 '대나무 척추'라고도 불린다. 척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환자 몸 가운데 대나무가 있는 듯해서 사군자 그림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의료영상 중에는 질병 모양이 때론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다. 방광에 돌기처럼 튀어나온 방광암은 산호초처럼 생겼고, 담석이 다이아몬드 모양을 한 것도 있다. 저렇게 근사한 것들이 인간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건, 묘한 역설이다. 하기야 인간 세상도 대부분의 사기꾼은 법 없이도 살 인상을 가졌다.

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30/20100630017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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